안나가 20개월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까지 육아중 가장 힘들었던게 뭐냐고 묻는다면 난 모유수유라고 하겠다..

다들 겁을 주었던 산고는 무통주사 덕분에 사실 그다지 큰 고통은 아니었던 대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모유수유의 고통은 가희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것중에 가장 최고난이도였다..

모유수유를 하면서 기록해뒀던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한번 작성해본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 약 일주일을 있다가 나온 아가는 엄마젖과 한번도 조우하지 못하고 이미 그린맘 젖병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가가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와 산후도우미 이모님과 함께 직수를 시도했으나... 당연히 거부 ㅠㅠ

 

몇번 시도를 하려고 해도 자지러지게 울면서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고, 그 모습을 보는것도 나에겐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산후도우미 이모님의 조언에 따라 쭈쭈 젖꼭지로 물려보기도 하고, 조금 유축해 말랑하게 만든 후 시도도 해보았으나 직수는 모두 실패.

 

이모님은 아기가 울때 입을 벌리면 억지로 입에 넣고 빨도록 시도해 주셨는데,

유투브 '곽윤철 아이연구소'의 소장님 강의를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빨 수 있도록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모님에게는 저녁에 남편과 연습하겠으니 낮에는 젖병 수유만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하루에 한번 정도씩 자연스럽게 입앞에 놓고 냄새를 맡을수 있게 해주고, 살짝씩 입에도 넣어봤지만 직수는 쉽지 않았다.

배고플때 시도해서 성공했다는 글을 읽고 아기가 배고파 울때 시도하면 더욱 짜증을 내며 날카롭게 울었고,

한달 정도 되서 빠는 힘이 생기면 된다는 사람도 있어 한달이 되기만을 기다렸지만 여전히 아가는 젖을 거부했다.

 

그렇게 나는 수첩에 유축/수유 시간과 양을 빼곡히 기록해가며 성실히 유축과 수유를 했다..

3시간 간격으로 유축 30분, 수유 30분, 젖병씻기 등 후에 돌아서면 유축시간이 돌아왔고,

무엇보다 모유를 유축할때 아가가 울면... 달래다가 유축하다가ㅠㅠ 옷에 흘러 다 묻기도 하고 가장 슬프고 힘든 시간이었다 ㅠㅠ

 

또 내가 이렇게 해서 언제까지 모유를 먹일수 있을까.. 100일까지만 할까 50일까지만 할까라는 고민이 계속 들었기에

아가에게 모유를 길게 먹이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한구석에서 짓눌렀던것도 같다.

 

그러던중 태어난지 38일째 되던날.. 자다일어나서 말똥한 아가에게 기대없이 직수를 시도했는데 갑자기 먹어주는것 아닌가 !

깜짝 놀라고 너무 기쁘고 신기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왔다.

 

첫날 1번의 직수 후 다음날부터 직수를 점점 늘려가 결국 완모에 성공하게 되었다..

유축에서 자유로워질수 있고, 아기가 울면 바로 젖을 물려 달랠수도 있고, 젖병 씻는것도 줄어들어 편안한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품에서 열심히 먹다가 잠드는 안나를 보는건 참으로 기뻤다.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포기하지말고 시도하다보면 언젠가는 성공하게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꼭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마음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첫 아이고 욕심을 부려 모유수유를 꼭 해야된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신생아를 돌보는 힘든 상황에서 굳이 모유수유까지 무리해서 하면서 스트레스를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모유수유를 하게되면 남편과의 육아 밸런스가 깨지기 쉽다.

새벽 기상은 모두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의 역할이 되고, 하나씩 남편이 못하는 영역이 생기면서 엄마의 영역이 커지게 되는데, 이것이 쌓여가다보면 마음속에 불만이 되고, 그것이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더라.

이 모든 것들이 모유수유의 댓가라고 한다면 나는 차라리 분유를 먹이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도 분유수유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ㅎㅎㅎ

 

제목과 내용이 반대되는걸로 결론을 맺게되는것 같지만 나의 결론은 '분유수유하자' 이다 ! ㅎㅎ

 

* 모유수유시에 도움이 되는 유튜브 영상 : 홍쌤의 모유수유 강의, 곽윤철아이연구소

복직한지 6개월이 지나자마자 사후지급금을 신청하였다.

 

육아휴직급여가 인터넷 신청이 가능해서 이것도 당연히 연동이 되어있겠지? 생각했지만

사후지급금은 FAX로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IT강국 한국에서 이게 무슨일?ㅎㅎ

 

우선 고용보험 사이트(www.ei.go.kr)우측 하단에 본인 담당 고용센터를 검색한다.

육아휴직급여를 처리해줬던 센터를 기억하고 있다면 바로 그쪽으로 접속해도 됨.

나의 경우 거주중인 '서대문구'를 치면 "서울서부고용센터"가 나온다.

서울서부고용센터 홈페이지 '서식자료실'에 들어가서 "육아휴직 급여"로 검색하면 사후지급 확인서 양식이 뜬다.

 

이를 클릭해보면 서식과 함께 FAX를 보낼 번호가 나와있다.

사후지급 확인서 작성방법은 본인 사업장 정보와 본인 신상을 기재하고,

휴직기간, 복직일 등을 기재하여 복직 후 6개월이 되었다는 점을 나타내면 된다.

하단 근로자 란에 본인 서명, 사업장 란에 사업장 날인을 받으면 되고,

확인서와 복직확인원(복직발령장 등) 또는 6개월 급여내역서 또는 재직증명서를 첨부하여 같이 보내면 된다.

나는 재직증명서와 사내 시스템상 복직일이 기재된 화면을 캡쳐하여 함께 보냈다.

이 서류를 FAX로 보내고 나니 별다른 연락 없이 3일정도 후에 바로 입금이 되었다.

접수가 잘 되었다던지 금일 지급될 예정이라던지 안내가 올줄 알았는데 그냥 돈만 턱하니 들어와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막상 받고 보니 꽤 많은 금액이라 기뻤다 ㅎㅎ (월 30만원 X 본인의 육아휴직개월수 정도로 생각하면 됨)

 

현재는 육아휴직급여가 1년에 대해서만 지급 되고, 금액도 적을 뿐더러 25%는 복직 후 6개월 이후 지급한다.

가정마다 아파트 대출 등이 있는 상황에서 월급 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휴직급여에 기대기는 어려운 금액이고,

초등학교 입학시기 등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육아휴직급여가 없다면 휴직을 내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

 

안나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에는 육아휴직급여 지급기간이 2년까지는 늘어나길 바라면서..

육아휴직급여는 중도금대출 상환에 잘 쓰였다고 한다 ㅎㅎ

 

 

 

어느덧 복직한지 6개월이 지났다.

비교적 익숙한 업무를 하는 자리로 배치받아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으로 사는것은 녹록치 않았다.

 

6개월간 대부분 4시에 퇴근하였고, 아이를 픽업하여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재우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나의 하루는매일 똑같이 또 쏜살같이 지나갔고, 아이를 재우고 난 후에는 에너지가 방전되어 아무것도 하기싫었다.

일에도 100% 집중하지 못하고, 지쳐서 아이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부족한 엄마가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으로

조금더 에너지를 끌어올려보자 다짐해도 이 생활 자체가 주는 피로도를 뛰어넘기는 어려웠던것 같다.

 

복직한 직후에는 출근 후 커피 마시면서 신문보는 시간, 점심먹는 시간의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고,

사회인으로서 뭔가 일을 한다는 느낌도 좋았었는데 한달여 후에는 그런것도 사라지고 말았다.

회사에서는 아이를 걱정하고, 퇴근후 집에 와서는 내일 출근할걸 걱정하면서 정신없이 살았지만,

정신적으로 지치고 어찌보면 깊이 고민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무기력한 나날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또 하나의 고민은 나의 인생에서 목표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제시해준 인생의 퀘스트를 하나하나 수행하는걸 내 목표로 잡고 살아왔다.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이제는 사회가 나에게 제시하는 길이 더이상 없다.

이제부터는 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서 성취감과 행복감을 찾아야 한다.

내가 이때까지 얼마나 소극적인 사람으로 사회에 맞춰서 살아왔는가 반성을 하기도 하고,

어떤 목표를 찾아야 나의 인생을 좀더 풍성하고 즐겁게 살수있을지를 요즘 고민하고 있다. 

 

나의 생활은 이렇듯 매일 똑같고 단조롭고 지겹지만 아이는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다.

하루에 하나씩 나의 피로를 풀어주듯 새로운 모습을 공개하는데 너무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어른들이 아이의 재롱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나도 이제 100% 이해하게 되었다.

 

20개월을 향해 가고있는 안나에 대해 간략히 기록해둔다.

- 문장으로 말을 한다 (이거 먹고싶어요. 이현이 옷 줘요. 이따가 씻을래)

- 노래가 나오면 엉덩이를 흔들면서 춤을 추고, 아는 노래 가사를 어렴풋이 따라부른다.

- 책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 책을 좋아하고 끝도없이 읽어달라고 한다...ㅎㅎㅠ

- 어린이집 선생님 이름을 알아서 xx선생님이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 무섭다, 속상하다, 슬프다 등의 감정을 구분할 수 있다.

 

지금이 한 아이의 엄마로서, 회사에서는 한명의 직원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가야 하는 기로라는 느낌이 든다.

아이가 없을때처럼 회사 일에 올인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내팽개치고 4시 퇴근만 기다릴수도 없고,

그 중도를 현명하게 찾아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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